저주를 바꾸는 ‘가복’의 언약 (민 24:1-9)
1. 부귀영화의 제안에 넘어간 선견자(先見者)
이스라엘이 아모리 왕 시혼과 전투에서 승리하여 모압 평지를 장악하자 모압왕 발락은 두려워하여 비상대책을 강구한다.
600킬로나 떨어진 곳에서 저주 기도에 영험한 국제적 전문가 발람을 삼고초려 하여 이스라엘의 파죽지세를 막으려 했다. 발람은 몇 번을 고사했지만 오히려 몸값(복채)을 더 높히게 해 주었고,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길에 들어섰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묻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숨은 욕망'을 추구한다. 그러니 파멸의 징후(조짐)는 자신의 숨은 욕망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변하는 광기다.
죄악의 욕망을 따라 길을 떠나는 것은 나귀보다 못한 짓이다. 그래서 나귀에게 책망을 받는 해프닝이 일어난다(벧후 2:15-16).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복되고 위대한 언약(창 12:1-3)을 저주의 말로 무력화하려는 것은 성공할 수 있을까?
2. 언약적 특권과 그 위력
네 번에 걸친 발람의 예언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약간씩 길어지고 더 구체적이 되면서 결국에는 하나님의 백성을 저주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저주하는 주변국들에 대하여 저주하는 예언으로 바뀌어 간다.
결국에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원대한 구원의 계획을 축복하고 확인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다윗의 통일 왕국 시대가 가져올 부국강성의 번영을 미리 내다보는 혜안을 보여주기까지 한다(민 23:20-24).
발람은 이스라엘이 여러 나라들 가운데 매우 독특하며 의로운 백성이고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임을 말한다(출 19:5-6).
발람의 예언을 보면 이스라엘은 하나님만을 의지하기 때문에 강력하고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공동체라고 선포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해할 어떤 복술도 없을 뿐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의 방호벽이요 방패임을 선언한다(23:22-23).
3. 가라 그리고 복이 되라
발람은 이스라엘의 위대성을 알아차렸고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원대한 구원의 계획과 의지를 알게 되어 하나님을 찬양한다(24:3-4).
이스라엘은 물가에 심긴 나무처럼 번성할 것이며 통에 물이 넘치듯 주변 나라들로 흘러갈 것이다(24:6-7).
이스라엘은 열방을 축복과 저주의 운명으로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서,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고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24:9).
소위 ‘가복’ 언약으로 별칭하는 아브라함 언약은 발람의 예언들을 일으키는 원천 자료다. 비(非)이스라엘 사람인 발람이 점진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를 포착하고 언약관계의 본질과 위력을 생생한 언어로 기술한다.
저주 전문가를 고용해도 하나님의 약속과 작정하신 것은 반드시 성취된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죄악도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은혜로 베푸신 '가복' 언약을 단절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