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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웅 목사]깊은 생각을 축적하는 시간(렘 17:19-27)

by 청신아 2023. 8. 24.

1. 멈춤과 쉼 

안식일(부활의 날)은 하나님 앞에서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맘몬과 상품소비주의의 끝없는 손짓과 조종으로부터 노출된 우리를 멈추게 하는 날이다. 

안식일은 내가 누구이며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 진지하게 되묻는 성찰의 시간이다. 그래서 안식일은 빈틈없이 집요하게 ‘소비하세요’라는 광고(선전)에 휘둘리는 우리의 탐욕을 성령으로 누르며 무위(無爲, 아무것도 하지 않음)를 닦는 자리다.

예배의 힘은 우리의 끝없는 '불안에 맞서는' 새로운 용기와 기백을 부여해 준다. 하나님의 임재는 하늘에 속한 모든 좋은 것들이 '흘러 넘친다'는 의미다. 

예배의 자리는 하늘에 속한 모든 것으로 우리의 탐욕과 집착을 제어시키는 '거룩한 정지의 시간'이다. 몸과 영혼을 멈추고 쉬는 것을 되찾고 계발하여 거룩한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날이다.

2. 감사와 선물의 세계관 

‘인간이 소유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은 그럴듯한 속설이다. 오히려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며 산다. 사람답게 존재하기 위해 살림살이를 한다. 

문제는 '결핍의 프레임'(이야기) 안에서 탐욕은 정당성을 얻고 왕노릇 한다. 탐욕은 이웃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재물을 얻으려고 한다. 교회는 ‘탐욕은 선하며 나는 지금 그것을 원한다’를 반대한다.

새로운 날(안식일)은 '탐욕의 합리화'를 거부하며, '나는 결핍하니 더 소유하고 쌓아야 한다'는 강박적 불안의 득세를 무력화하는 시간이다.  

안식일은 거저 주시며 온갖 좋은 것들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의 '크고 부드러운 손길'을 맛보아 아는 자리다.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 천명해야 한다. 

부활의 날을 함께 누리는 교회는 너와 나의 사귐(코이노니아)의 공동체로서 세상도 그런 상호 동등한 관계로 작동하기를 줄기차게 상상하며 희망한다. 

3. 성령의 코이노니아 

부활의 날(주일)은 서로(너)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도록 돕는다. 경쟁과 각자도생의 정글 속 '식인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곳에서 성찬급 식탁교제를 하며 '반(反)이웃 정신'에 제동을 건다. 

우리는 말과 혀로 찔끔 돕는 시혜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섬김을 극복해야 한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피차 뜨겁게 끝까지 형제자매를 사랑해야 한다.

부활의 아침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한다. 섬김의 감춰진 영광을 알고, 약하고 고난 받는 이들을 공감하며 경청한다. 

이 날에 모인 우리는 악과 고난을 낳는 근본적 원인을 관찰하고 궁리한다. 악순환의 고리가 뿌리까지 새로워질 수 있도록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길을 찾는다. 
 
매주일 맞이하는 복된 부활의 아침은 '신성한 조율'과 새로운 조정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경이로움'이다.